분류 일반 | 질문 | 답변 |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투쟁
 노정투  | 2016·05·22 17:01 | HIT : 1,595 | VOTE : 232 |
조선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투쟁







경제위기 국면에서 대량 실업이 노동자들의 목을 겨누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 반(半)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불만과 분노는 대중적인 비정규직 운동의 유력한 토대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취업 노동자와 실업 노동자가 단결하는 계급적 운동의 유력한 토대다.




구조조정의 본질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다 뒤집어씌우며 착취 강화와 대량해고로 자본가들을 살리는 것이다. 이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이 거세지면 질수록 ‘경제위기의 대가를 누가 짊어질 것인가’라는 논쟁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노동자들은 몰리고 있다. 위력적인 노동자 투쟁을 통해서만 노동자들은 논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수세적인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정부와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의 주범이고, 따라서 그들이 경제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위력적인 노동자 투쟁이 당장 만들어지긴 어렵다. 하지만 조선 산업 노동자들은 누구나 지금의 구조조정을 완전히 비껴갈 수 없다. 2008년까지 중국 내 조선소는 3,400여 개에 이르렀으나, 이후 조선 불황이 시작되면서 그 수가 무려 100여개로 줄었다. 이처럼 조선 산업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위기가 심화되면서 정부와 자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따라서 생존권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많아질 것이다.




착취자들이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이 착취사회를 쓸어버리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진정으로 구조조정해야 할 낭비적인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이윤원리에 따른 경쟁과 과잉생산이 판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지난 5월 11일, 병역특례부터 시작해 20년 동안 조선소에 피땀을 바친 38세의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 타살이다.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는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겼다. 위기가 닥치자 자본가들은 인원 감축을 위해 온갖 비열한 술수를 다 쓰고 있다. 노골적인 업체 폐업뿐 아니라 업체 통폐합을 통한 선별 고용도 인원 감축의 대표적 방법이다.




그가 일하던 업체도 취부 1반과 2반을 통합하면서 그의 반장 직책을 빼앗고 물량팀 조장으로 보직을 변경시켰다. 한 달 곱빼기 연속 철야로 월 400시간 넘게 일해야 했을 정도로 회사를 위해 자기 삶을 송두리째 바쳤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바로 직책 강등, 보직 변경, 그리고 이것을 통한 임금 삭감이었다. 이렇게 노동자의 삶을 끔찍하게 파괴한 자본은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이 없다며 아직까지도 발뺌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저항을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업체 폐업, 업체통폐합을 하루 이틀 전에 또는 당일에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노동자들은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안에서만 작년 1월부터 올 4월말까지 8,490명이 잘렸다. 대우조선에선 작년 12월 말부터 사내하청 노동자 3,500여 명이 쫓겨났다.




노동자를 덮치고 있는 공격은 직접적인 해고만이 아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상여금 기본급화를 비롯한 임금 삭감은 거의 모든 하청업체 노동자를 겨누고 있다. 받아들이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과 함께.




대우조선의 한 업체 사장은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잊어버려 다시 써야 한다고 하면서 노동자 모르게 임금 삭감 조항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사장 말만 믿고 사인한 노동자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이런 수모를 계속 겪어야 할 바에야 차라리 나가고 싶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숙소를 빼라거나 더 열악하고 싼 숙소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사장들도 수두룩하다. 비정규직이 대거 쫓겨나고 정규직 조합원들도 정년퇴직으로 많이 빠져 나갔지만 자본이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공격에 날개를 달아줬다. 자본가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확대 등 노동개악을 현장에 대거 도입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항할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지금까지 누렸던 조그만 권리조차 다 빼앗기고 있다.




  

막다른 곳




그동안 물량팀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이 끝나서 잘려도 아주 어렵지 않게 다른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이 알려져 있듯 그동안 조선 산업 자본가들은 비정규직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청업체가 고용하는 물량팀이 대표적이다. 해양플랜트 한 척을 건조하기 위해 적게는 2,000명 많게는 5,000명 정도의 노동자가 투입되는데 대부분 물량팀이다. 해양플랜트 물량이 대거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었다.




2008년 이후 중소조선소들이 대규모로 퇴출되었다. 한때 27곳에 이르던 중소조선소는 6곳으로 크게 줄었고 아직 운영되고 있는 곳도 대부분 법정관리나 자율협약 상태다. 중소조선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하청업체들이 뽑는 물량팀으로 들어가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동자들은 이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잘리면 어쩔 수 없이 포장마차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러나 수만 명이 포장마차를 할 수도 없고 산 속에서 자연인처럼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다. 하지만 아직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저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그 일자리마저 잘릴까봐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며 일하고 있고 이미 쫓겨난 노동자들은 이곳저곳 전화해 보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소식을 들으며 절망하고 있다. 저항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의 취업을 봉쇄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한 업체, 한 회사만이 아니라 조선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위기의 거대함이 노동자를 주눅 들게 만든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업체, 한 회사 안의 싸움만으론 쉽게 거대한 위기를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고 느낀다. 실제로 위기가 산업 자체의 위기라면,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위기 앞에서 자본가들과 정부가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면 노동자들 역시 체제와 산업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주장해야 한다.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 산업을 통제하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가 사회적 필요를 위해 산업을 통제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으로, 즉 자본주의를 변혁하기 위한 투쟁으로 굽힘없이 전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전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노동자계급이 공장과 산업을 틀어줄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총단결·총투쟁에 입각한 전면적인 정치투쟁이 필수적인데 아직 노동자운동은 그 단계의 투쟁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킬 수단은 투쟁과 단결밖에 없다. 결사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만이 자본가와 채권단, 그리고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조치를 강제해 낼 수 있다. 거대한 적자 앞에서 극도로 공격적이며, 조그마한 타협조차 꺼리는 자본가들이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양보할 이유가 있겠는가?




  

위기는 기회




다시 말하지만 고용불안은 노동자계급에게 위기지만 한편으로 기회이기도 하다. 고용불안은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 사회가 왜 이토록 야만적이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곱씹게 만든다. 고용불안은 지금 대책 없이 밀려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서도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폐업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며, 자본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를 꼼꼼히 주시하고 있다. 임금 삭감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임금을 체불하고 도망가는 하청업체 사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에서는 임금 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사장실을 쳐들어간 한 노동자가 자해한 일도 있었다. 자연발생적 저항은 늘어나고 있다.




임금체불이나 폐업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몇 군데에서라도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면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기에서 희망을 발견하면서 노조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하며 움직일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뭉치지 않고선 대안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울산지역의 활동가들, 전투적 평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 하청 조직화를 위해 수십 일 동안 매일 선전전을 펼쳤다. 현대중공업 원하청 활동가들도 적극 결합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중하청노조는 비록 아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조합원들을 늘릴 수 있었고 활동력도 높일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작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조직화 경험을 더 발전시켜야 할 때다. 비정규직 노조를 건설하고 확대하기 위해 젖 먹던 힘이라도 다 쏟아 부어야 할 때다.




물론 물량팀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당장 내일모레 일터가 사라질 상황이고, 사장들의 먹튀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총고용보장이나 노동시간 단축이 현실적 대안으로 느껴지긴 어렵다. 특히 해양플랜트의 성격은 제조업보다는 건설업에 가까운 편이라 그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내야 하는 물량이 다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쫓겨나고 있는 물량팀 노동자 대부분이 지금 하고 있는 최선의 선택은 체불임금을 받아 내거나 다른 곳으로 전직할 때까지 실업급여를 받아 내는 정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고용보장 요구가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노동 강도를 완화하는 만큼 고용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고용보장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와 자본가들이 부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투쟁의 힘에 달려 있다. 설사 최선을 다해 싸운 후에 밀려나더라도 투쟁한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갖고 정부에 일자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물량팀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더라도 한동안 같은 지역 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내에서 함께 뭉쳐 체불임금과 실업급여 쟁취, 재취업 기간까지의 충분한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민주노조운동은 이 모든 가능성을 붙잡아야 한다. 이 가능성을 붙잡지 못하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항해보지도 못하고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조선 산업 구조조정은 조직된 노동자와 실업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냉정한 현실




양보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 역시 자본가들의 더 확대된 공격만을 불러올 뿐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해 11월말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을 작성하고 회사살리기에 협조했지만 정부와 자본가들은 더욱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6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은 수없이 잘려 나갔고 지금은 사무직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과장급 이상 사무직 희망퇴직의 경우 희망퇴직자가 받을 수 있는 위로금은 최대가 기본급 40개월 치뿐이다. 저들은 지불능력을 핑계로 최소한의 비용만 주고 노동자들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노조 지도부가 조합주의 논리에 사로잡혀 자본이 거대한 적자를 보고 파산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는 임금을 인상시킬 수 없으며, 완전한 고용보장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회사 살리기에 적극 협조하며 양보교섭을 통해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고, 비정규직 해고를 모른 척하며,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따위의 정규직 해고도 사실상 방조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인상과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무직 희망퇴직에 대해선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고를 적극 방어하기 위한 투쟁도 아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우조선 노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11월말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을 작성하고 회사 살리기에 협조했다. 임금동결과 쟁의금지가 담긴 양보 동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측은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노조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불만이 노조를 통해선 적극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지 않다. 아직 많은 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에게까지 공격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총 17기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에 8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총 18기 해양플랜트 인도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8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남아있는 총24기의 해양플랜트 가운데 올해 5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아직 수주물량이 남아 있고 지금 공격이 비정규직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임금 삭감, 대량 해고 등 자본가들의 악랄한 공격이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신규 수주가 전혀 없다. 대우조선도 수주 선박이 2척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은 군산공장 도크 폐쇄를 예고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에는 1,500명 감축, 도크 폐쇄 등이 담겨 있다. 대우조선은 2019년까지 2,3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한다. 물론 비정규직 해고 인원은 뺀 숫자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그들은 공포심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공포심에 짓눌린 정규직 노조가 스스로 임금 삭감, 복지 축소를 받아들이길 원한다. 그러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조의 힘을 약화시켜 이후에 저항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었고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았다. 이것이 보수화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 빼앗길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치열한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순식간에 삶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밑으로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점차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는 고리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것을 위해선 먼저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도 다른 노동자처럼 똑같은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적극 나서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제는 양보 기조에 매여 있는 노동조합 지도부가 감당할 수 없다. 노동자의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규직 활동가들과 평조합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 강하게 자본가들과 정부의 책임을 묻자




90년대 초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대대적인 시설 경쟁에 들어갔다. 설비증설 경쟁으로 한국 자본가들은 다른 나라 자본가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도크를 다수 보유하게 되었다. 90년대 초 한 척당 1억 달러를 웃돌던 초대형 유조선의 가격은 1997년 8천만 달러로 떨어졌고 2500톤 TEU급 컨테이너선은 8천만 달러에서 5천 달러로 추락했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은 처참했다. 예를 들어, 1998년 1월에는 수주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급상승하자 그동안 규모를 키워왔던 조선업체들은 또다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세계 조선시장도 1999년 하반기부터 유조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의 범용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강세를 보이던 대형유조선과 대형컨테이너선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엔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인 일본 자본가들은 조선 시장을 한국 자본가들에게 빠르게 내주었다.




한국 조선 산업은 2000년 이후 2008년까지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모두 세계 1위를 지켰다. 호황이 계속되자 너도나도 조선·해운업에 뛰어들며 몸집을 불렸다. 2007년 한진해운을 필두로, C&그룹과 봉신 등이 조선업에 진출했다. 한진해운은 중국의 순화해운과 합장으로 중국 저장성에 수리 조선소 건설을 추진했고, C&진도는 2007년도 회사명 C&중공업으로 변경하고, 전남 목포에 약 15만m 규모의 중형조선소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보다 일찍 STX그룹은 기존 STX팬오션(범양상선)을 인수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조선업계 물동량이 줄면서 상선 발주도 대폭 감소했다. 2010년 전후로 유가도 치솟았다. 이때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석유나 가스를 탐사·시추하는 장비인 해양플랜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국내업체들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85척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2,056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물량은 전 세계 발주물량의 80%를 차지해 외형상 세계 1위의 건조실력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것은 속빈 강정이었다.




해양플랜드는 설치 해역에 따라 사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선박보다 표준화하는 것이 더 힘든 제품이다. 해양플랜트는 선박 건조에 비해 제품 복잡도가 높아 더 많은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해양플랜트 기자재는 거의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건조 작업에 선행되는 기본설계 부분은 아직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하지 못하고 유럽 엔지니어링 회사와 컨소시엄으로 형태로 진행해 왔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이런 설계 능력 부족은 무시하고 무조건 수주에 집착했다. 설계와 건조를 한꺼번에 수주하는 '턴키방식'으로 뛰어들면서 부실을 키웠다. 잦은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 해양플랜트 부분은 2005~2010년 사이에도 대표적 적자 사업이었다. 예를 들어, 2005년 현대중공업이 만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설비인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1호선이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공동 건조한 FPSO 1호선은 많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경쟁에 이기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이렇듯 조선 산업 위기의 근본원인은 자본가들의 맹목적 이윤활동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한 자본가들이 사회적 필요가 아니라 사적 이익(돈벌이)을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며 생산하는 체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기업 차원에서는 완벽할 정도의 계획화가 가능하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서는 초보적인 계획화도 불가능하다. 사회가 필요한 수준으로 생산 품목과 양을 미리 조절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상 필요 이상의 과잉생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 산업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시장을 좀 더 빼앗기 위해 맹렬하게 투자하고 생산에 열을 올렸다. 자본가들은 호황기에는 노동자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가 불황기·공황기에는 노동자들을 마구 토해낸다. 자본주의 시장의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얼마 전까지 장시간노동으로 혹사당했던 노동자들이 어느새 일거리가 부족해 생계가 위협당하고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신세로 전락한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탐욕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국내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당시 '글로벌 조선시장 예상보다 빠른 회복추세'(2010년 10월), '해외플랜트, 중동 사태에도 불구 수주 원활'(2011년 4월), '해양플랜트 제2의 조선 산업으로 키운다'(2012년 5월), '해양플랜트,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본격 육성'(2013년 11월) 등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시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은 연평균 6.4%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우리 산업의 핵심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까지 민관합동으로 9,000억원을 투자해 1만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3사가 지난해 기록한 8조5471억 원의 영업 손실 중 약 7조원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제공한 선수금환급보증(RG)만 7조원이 넘는다. (<조선업 적자 원인 해양플랜트 지원 나섰던 정부, 대규모 부실 나자 국책은행에만 책임 요구, 머니투데이, 2016년 5월12일)




강력한 구조조정을 외치는 자본가언론마저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자본가들과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물론 자본가언론은 자본가들과 정부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정부의 책임을 슬쩍 거론할 뿐이다. 여하튼 조선 산업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져야할 이유는 없다. 만약 노동자 투쟁이라는 확성기의 용량이 커진다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자본가들과 정부에 대한 분노는 크게 확산될 수 있다.




  

총고용보장의 깃발 아래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향해




최근 한겨레는 노조의 고통분담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전제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비판했다. (한겨레, ‘현중’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옳은가?, 2016년 5월 13일) 그러면서 현중 노조가 움직이면 나머지 구조조정 기업 노동자들의 고통분담도 이끌어낼 수 있고 경영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주주의 좀 더 적극적인 고통분담을 압박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이런 충고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주주 몇몇은 그들이 그동안 거두어들인 막대한 이윤의 극히 일부를 마치 거대한 희생인 것처럼 내놓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정부당국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도 말단 몇 명을 처벌받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해고, 임금 삭감, 노동 강도 강화, 복지 축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저들의 주문이다. 과연 이것을 고통분담이라 부를 수 있는가?




정부한테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한 더민주당은 구조조정을 위한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다. 그런데 이런 기구는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노동자의 고통전담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도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실제로는 고통전담)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며 협의라는 구실로 노동자들만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양보를 강제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현중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정규직만의 임금 인상 요구 또는 정규직만의 고용보장이라는 조합주의에 갇혀 전체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일 수밖에 없다. 단돈 10원의 삭감도 수용할 수 없다, 단 한 명의 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는 강력한 투쟁 의지가 없다면 제대로 된 구조조정 저지 투쟁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수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판에, 투쟁의 요구가 정규직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에 한정된다면 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거론하며 어렵지 않게 정규직 노동자들을 고립시켜 버릴 수 있다.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뻔한 것이지만 계급적 단결을 포기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결코 저들의 사회적 포위 전략을 박살낼 수 없다.




지금 계급적 단결을 향해 노동자 투사들이 가장 높이 치켜들어야 하는 요구는 총고용보장이다. 물론 금속노조 지도부를 비롯한 노조 관료들도 말로는 총고용보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적인 단결투쟁을 조직하지 않는다. 대신 정부에 조선 산업 발전 전략을 요구하면서 조선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임금 삭감이나 복지 축소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신호에는 정규직만의 고용 안정을 추구하는 조합주의가 깊게 배어 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가계급의 태도는 명확하다. 조선 산업 발전(회생)의 길은 노동자에 대한 대량 해고와 정규직 노조의 대폭적인 양보를 전제할 때만 가능하다며 노동자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설사 그 신호가 받아들여져 일시적으로 정규직이 잘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비정규직과 사무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방치하고 용인한 대가로 얻어지는 것으로 “최악의 이기주의”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총고용보장을 위해 그동안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쌓아 놓은 자본가들의 부를 토해내게 만들어야 한다. 2014년 한해 상위 10개 기업의 법인세 감세액만 해도 2조5351억원이다.




이것만 원상 회복시켜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2조 5351억이면 4천만원으로 6만 3,377명을 1년간 고용할 수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 12조를 비롯해 30대 재벌이 쌓아 놓고 있는 사내유보금만 753조 6천억이다(2015년 12월 31일 기준). 최근 전경련은 ‘사내유보금이 많을수록 투자 및 고용 기여도가 높다’며 사내유보금 과세 주장에 제동을 걸었는데 그만큼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불거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더민주당, 국민의당이 소심하게 사내유보금 과세를 주장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사내유보금 몰수를 당당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점점 감소하는 노동자들의 숫자를 그냥 받아들이는 대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또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강도 완화로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싸워야 한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그대로 보장한 채 실업 노동자도 고용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는 모든 비용은 그동안 노동자의 피땀으로 배를 채워온 자본가들과 정부가 지불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과 다양한 실업자운동 단체를 통해 실업 노동자를 조직하고 “실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전까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실업노동자의 일자리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 물량팀을 비롯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을 완전히 적용받아야 한다. 실업자들도 기존 조직된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권리를 똑같이 보장받아야 한다. 실업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면, 그래서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다면, 노동운동은 단번에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을 각오로 덤비는 자본가들에 맞서 죽을 각오로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절대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양보할 수 없다. 해고는 살인 그 자체다. 가차 없이 해고의 칼을 휘두르는 자본가, 그 자본가들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단, 그리고 자본가들의 이윤보호를 자기 본연의 임무로 삼고 있는 정부 모두 죽은 들소를 파먹으려는 성난 하이에나처럼 노동자들을 향해 덤벼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죽은 들소가 아니다. 한 해에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조선소에 서 피땀을 바쳐 배를 만들어 왔던 살아 있는 인간이다. 단결한다면 당장이라도 죽음의 조선소를 세울 수 있는 현장의 주인공이다. 이제 더 이상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쓰러지지 말자.




이제 더 이상 가진 자들의 탐욕을 위한 제물이 되지 말자. 공장은 노동자를 위해 있어야지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당히 선언하자!




  

2016년 5월 20일

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노건투)
  
1136 질문   카드발급 시점과 사은품 지급 시점에서 서로다른 사은품의 품질  박찬조 17·08·22 1154
1135 일반   노동자유럽기행 〈꽃보다 노동자〉  꽃보다노동자 17·06·23 877
1134     통상임금 자료 공개건  앙이 17·06·14 1284
1133 질문   해외 기업에 홈플러스 입점 문의드립니다.  이병만 17·02·23 1419
1132 일반   [펌] 민주노총 총파업 성사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노동자 서명(2차 서명)  노동자연대 16·11·08 1369
1131 일반   감사팀 중간조사 결과 31  최현미 16·10·14 4447
1130 질문   여기에 이런글을 써도되는지..  danji 16·09·30 2503
1129     억울합니다... 69  최현미 16·09·03 5530
1128 일반   홈플러스 매장, ‘방사성·독성’ 왁스칠 논란 불거져  방사능 16·07·21 1750
1127 일반   방사능 공포 확산에 휴대용 측정기도 확산 …측정값 신뢰도가 관건  방사능 16·07·21 1491
1126 일반   [맑시즘2016] 이제 곧 개막! 지금 참가신청하세요!  노동자연대 16·07·14 1584
일반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자투쟁  노정투 16·05·22 1595
1124 일반   한국의 시민사회는 옥시 제품의 불매를 결의한다.  노정투 16·05·12 1687
1123 일반   구월점 3  전직원 16·05·11 2360
1122 일반   [속보]구미시 아사히글라스 농성장 행정대집행...4명 부상, 4명 연행  노정투 16·04·26 1703
1121 일반   [항의문]인터넷 정치운동을 탄압하는 국정원은 물러가라!  노정투 16·04·24 1610
1120 일반   세월호 참사 2년, 기억과 약속의 힘  노동총동맹 16·04·16 1472
1119 일반   [성명]다시, 재난을 낳는 체제와의 싸움을 준비하자!  노동총동맹 16·04·16 1562
1118 일반   [성명]교육부는 세월호 계기수업 탄압을 중단하라!  노동총동맹 16·04·16 1539
1117 일반    [행사알림] 아고라 볼셰비키총서 토론회 『레닌과 전위당』  노동총동맹 16·04·10 1698
1 [2][3][4][5][6][7][8][9][10]..[57]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GGAMBO